내게 있어 빈센트가 처음 마음으로 들어온 순간은, 그의 그림이 아니라 그의 글 때문이었다.
"I want to touch people with my art. I want them to say
'he feels deeply, he feels tenderly'
나는 내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우연히 본 이 글이 아니었다면, 나는 빈센트를 단순히 해바라기를 잘 그리는 화가, 미치광이, 혹은 폴 고갱을 사랑한 화가로 밖에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전의 나는, 아름다움을 사랑하지만, 미술을 잘 알지 못했고, 빈센트를 알고 있었지만, 그를 궁금해하지는 않았었다.
그 때의 나는 예술이 아니라, 글과 문장들에 빠져있었다. 나는 글의 힘에 매료되어 있었으며, 김영하 작가의 소설들과 박범신 작가의 <은교>, 그리고 여러 시들을 읽으며, 좋은 문장들을 노트에 쓰고는 했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빈센트의 글에는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힘이 있었다. 그의 글은 간결했고, 희망적이었으나, 그 속에서는 알 수 없는 슬픔들 또한 담겨져 있었다.
나는 그 이후로 빈센트가 궁금했고, 그를 더 알고 싶었다. 빈센트는 뛰어난 화가였지만, 뛰어난 문장가이기도 했다. 빈센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을 읽으면, 그가 글에도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 그의 글을 읽고, 그를 알아갈수록, 그의 고독과 사랑, 그리고 그림에 대한 신념에 감동을 받았다. 빈센트의 그림들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슬픔과 절망, 연민들이 느껴졌다.
빈센트의 그림은 보통의 미학적인 관점에서는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사랑하고, 그의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이야기 했다. '상처 입은 자가 바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내가 그의 글에서, 그의 그림에서 위로를 받은 까닭은 그가 누구보다 상처받고, 외로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빈센트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차별 속에서 자랐고, 어른이 되고나서도 늘 인간관계의 문제를 겪었으며, 평생을 정신병과 고독하게 싸워왔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빈센트는 희망을 가지려했고, 슬픔과 정신병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슬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 했다. 빈센트의 그림을 보면 슬픔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슬픔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빈센트의 글과 그림은 내게 위로를 건네주었으며, 사랑과 신념, 그리고 예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내게 또다른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빈센트를 더 알기 위해 읽은 정여울 작가의 <빈센트 나의 빈센트>를 통해, 나는 빈센트를 더 알 수 있었고, 그녀의 글을 통해서도 또 한 번 위로를 얻었다.
빈센트의 그림들과 어우러진 정여울 작가의 문장들은 아름다웠다. 내게도 언젠가 나의 예술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겠지. 그때의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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